19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위(Wee)센터에서 서울 삼정초등학교 김혜순 보건교사와 ‘톡톡 토의 토론 성교육 연구회’ 회원들이 정기 모임을 하고 있다. 변영욱 기자 cut@donga.com
그는 1993년 부임해 24년 동안 보건교사로 일했다. 2007년 삼정초에 부임하면서 성교육 연구에 적극 나섰다. 성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만나면서부터다. 해당 학교는 지난해까지 교육복지 우선지원 학교였다. 교육청이 법정저소득 및 한부모 가정의 자녀가 일정 수 이상이거나 지역 여건이 열악한 학교에 인력과 예산을 지원한다.
김 교사에 따르면 방과 후 돌봐줄 사람이 없는 저소득 계층의 아이들은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성이 더 높다. 그가 실제로 겪은 사례도 있다. 부모가 맞벌이하는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 두 명이 방과 후 인터넷에서 병원놀이를 가장한 음란 영상을 우연히 봤다. 여학생들은 1학년 남학생을 데리고 동영상 내용을 따라했다. 이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문제가 됐다. 김 씨는 “아이들은 ‘놀이’를 했을 뿐이지만, 자칫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”며 “아이들을 보건실로 자주 불러 개별상담을 한다”고 했다.
김 씨는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성교육 교재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. 자발적으로 성교육 교사 모임을 만들었다. 타 학교 보건교사들과 자주 만나 토론하고, 모임에서 다양한 교육 도구를 만든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. 그중 하나가 ‘사춘기 성장나무’다. 아이들이 자신의 신체·감정 변화와 관련한 질문 쪽지를 나무에 붙인 뒤 선생님,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. 김 씨는 이런 교육이 “교과서를 읽어주거나 일방적으로 설명을 하는 것보다 잘못된 성지식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”이라고 했다. 김 씨는 이러한 공로로 2014년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.
올해부터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. 19일 오후 김 씨가 팀장을 맡고 있는 ‘톡톡 토의 토론 성교육 연구회’ 회원들은 가정 내 성교육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기 위해 모였다. 김 씨는 “요즘 부모들은 자신들이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 아이들이 성과 관련한 질문을 하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”고 했다.
김 씨와 연구모임 교사들은 방학 중에 ‘학부모 성인지 자가점검표’ 등 올바른 자녀 성교육을 위한 학부모 교육 자료를 완성할 예정이다. 서울시교육청은 9월 중에 이를 학교 현장에 배포할 계획이다.
노지원 기자 zone@donga.com